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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 진보경 소설집
  • 게스트하우스 - 진보경 소설집
  • 저자 : 진보경 출판사 : 실천문학사 제작일 : 2016.08.23
  • 소속도서관: 교육청  포맷 : XML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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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고 싶은 욕망을 참아가며 쓴 작품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진보경의 첫 번째 소설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동시에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총 9개의 단편소설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작가는 오히려 너무도 익숙하고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존재하는 것들에게 흐르는 개별적 시간의 층위에 대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견 쉬워 보이고 흔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책장을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뛰고 싶은 욕망을 참아야 하는 경보와도 같다. 천천히 걸을 수도 없고, 뛸 수도 없는 삶의 레이스 위에 작품 속 인물들의 고통이 점철되어 그려진다. 이번 첫 소설집을 위해 정직하게 한발 한발 내디디며 걸어왔던 진보경은 이제 터널 속 어두움을 통과해 너른 들판에 섰다. 그의 경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구에 떠도는 금성의 시간들과 떠나는 사람들
「금성의 시간」에서는 어린 동생을 잃어버린 사건을 통해 복원될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족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친구들과 고무줄넘기를 하다가 동생을 잃어버린 주인공과 잃어버린 아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간판을 버리지 못하는 아버지, 그 곁에서 모든 것을 묵묵히 감당해야 하는 어머니, ‘나’의 첫사랑이었던 준 역시 동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나’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고무줄놀이에 빠져서 친구를 뒤쫓아 가던 그 순간은, 언제나 또렷이 남아 있다. 그때 어떤 아이와 짝이 되었는지, 무슨 노래를 불렀었는지, 동생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어떤 단계에서 고무줄넘기에 실패했는지, ‘나’에게는 생생하다. ‘나’는 동생을 잃고, 시간을 얻었다. 이 간단한 문장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무언가를 상실할 때, 우리는 상실의 기억이나 시간까지 상실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시간을 획득하고, 늘 그 시간에 함께 머문다. 기억은 점차 선명해지고,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단 한 순간의 상실은 역설적이게도 이들에게 영원한 시간을 갖게 한다.
「맹그로브」에서 태국 출신의 엄마와 한국에서 혼혈로 태어난 딸이 겪었을 무수한 사연들은 별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만 바다 위를 떠다니다가 해안가에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우는, 그리고 다시 줄기에서 아기 나무가 바다로 떨어져 항해를 시작하는 맹그로브라는 식물에 그들의 사연을 의탁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뿌리에 다가간다. 그것은 주인 대신 일을 봐주면서 기거하는 모텔의 좁은 카운터 방에서 시작되는 것이지만 에메랄드빛 바닷가에 숲이 무성한 엄마의 고향에까지 다다른다. 근원의 기억은 이들의 삶을 옥죄는 족쇄로 작용하면서도 현재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힘이기도 하다.
「러닝타임」에서 다니던 회사가 파산에 이르고 남자친구와는 헤어져버린 상태에서 낙태수술을 받으러 간 ‘나’의 삶은 이미 끝자락에 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러닝타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파국을 향해 치닫던 서사가 돌연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될 때 우리는 허둥대면서 이야기를 다시 복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죽음 직전을 경험한 유년의 기억과 생명을 없애기 위해 마취에 들어가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겹쳐진다. 열을 세면 끝나는, 엄연히 시한이 존재하는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카운트다운이다. 시간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임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도 현재를 살지는 못한다. 의식하는 순간 모든 시간은 과거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시간은 언제나 두 개로 흐른다. 진보경은 그것을 이야기의 차원에서 풀어낼 줄 안다. 또한 그렇게 꼬인 시간의 매듭은 결코 풀 수 없다는 것도 이 작가는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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