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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 저자 : 김진희 출판사 : 이봄 제작일 : 2015.08.19
  • 소속도서관: 교육청  지원 기기: 스마트폰,태블릿PC 실행 가능  지원 기기: 스마트폰 실행가능  포맷 : EPUB 파일
  • 추천수: 0 대출 : 1/10 반납예정일 : 2018.07.03 예약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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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결혼한 여자의 ‘내 그림’ 폴더를 열다

누구나 내 컴퓨터의 ‘내 그림’ 폴더 안에 자신만의 이미지를 모아둔다. 그 폴더에는 개인의 취향은 물론이고, 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결혼한 여자, 특히 전업주부의 ‘내 그림 폴더’에는 어떤 이미지가 있을까? 오늘의 요리, 아름다운 방, 살고 싶은 집, 갖고 싶은 가방... 이런 것들이 있을까? 아니면 내 그림 폴더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닐까?
만약 ‘결혼한 여자’를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에 비해, 안정된 삶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행복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던 당신이, 결혼한 친구의 내 그림 폴더 속에서 이런 그림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떨까? 에드워드 호퍼의 쓸쓸한 그림, 공허한 눈빛을 가진 여자의 초상, 냉소적으로 묘사된 가족 구성원의 모습, 멀찍이 떨어져 서 있는 아내와 남편의 초상과 젊은 남자의 초상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은 결혼한 여자가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댁이 품에 아이까지 안고 자신의 절망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답답한 심정에 혹시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런 마음을 기록한 책을 찾아보면 좀 낫지 않을까 해서 서점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본 엄마들의 이야기는 모두 충만함에 관한 것들뿐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도 행복하지 못한 제 자신을 더욱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 ‘결혼한 여자’는 한 전자제품 광고의 오래된 문구처럼, “(결혼한) 여자라서 행복해요”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이 책은 광고나 드라마 속의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이 실제로는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그 이미지와 동떨어진 것 같은 자신의 삶에 상실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결혼한 여자’들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네는 책이다.
한 웹툰 작가의 책 제목처럼 ‘결혼해도 똑같네’면 그나마 다행이고, 결혼한 이후에도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이었는지 ‘내 삶은 없어져버리는 게 아닌지’ 고민해봤던 여자들에게 결혼 10년차 주부가 그동안 모아왔던 자신만의 은밀한 ‘내 그림’ 폴더를 열어,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는 책이다. “그때는 다 그럴 수 있다”고.
결혼한 여자,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다
이 책의 미덕은 ‘생활형 문장’에 있다. 지은이는 시댁과의 첫 대면의 감정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익숙한 과일에서도 전혀 다른 맛이 났다. TV에서 아홉 시 뉴스가 흘러나오던 낯익은 풍경에서 현기증을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막 여기 도착한 이방인, 즉 나 자신이었다.”
또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지은이가 결혼 전 자신의 모습을 깨진 계란 껍질에 비유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며칠 전 아침에 남편에게 요리해줄 계란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가 뒤섞여 빨간색 매트 위에 흩어졌습니다. 계란 껍데기도 부서진 채 뒤섞였습니다. 키친타월을 뜯어 깨져 흩어진 계란을 닦는데 여기저기 끼어 떠 있는 그 껍질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껍데기도 원래는 계란의 한부분인데, 그걸 깨놓고 보면 껍데기는 더 이상 계란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니까요.”
누구나 발언하고 싶어 한다. 자신만의 언어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여겨지는 사안을 표현하는 문장이 존재한다. 일간지나 잡지에서 쓰는 언어가 다르고, 작가들이 쓰는 언어가 다르다. 언어에 따라 계층을 구별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혼한 여자들의 언어는 무엇일까?
작가가 결혼하면, 그에게서 결혼한 여자만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결혼 후 오직 전업주부로만 살아왔고, 그 이전의 삶 역시 보통의 청춘들처럼 방황하고 좌절하고 타협해왔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언어가 이 책에 있다. ‘생활형 웹툰’이 존재하듯, ‘생활형 문장’이 등장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작가 아이리스 머독의 말처럼 “보잘것없고 명예도 없고 목적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길어낸 문장이기에 오히려 의미를 갖는다. 결혼한 ‘평범한’ 여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을 이 책은 명확하게 짚어낸다.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또 표현해주었으면 했던 그 마음이 ‘결혼한 여자’만의 문장으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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