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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9
  •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9
  • 저자 : 배수아 출판사 : eBook21 제작일 : ..
  • 소속도서관: 양천도서관  포맷 : PDF/EPUB 파일
  • 카테고리 : 어린이>외국동화 유통사 : 양천도서관
  • 추천수: 0  대출 : 0/ 반납예정일 : 2019.09.21 예약 : 0

90년대 등장한 일군의 작가들 ─ 김영하, 백민석, 정영문 등 ─ 가운데 단연 그 독특한 소설 쓰기로 자신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배수아의 소설은 흔히, 전통 문학사적 배경과 이데올로기를 비껴나 있는 다소 몽환적인 이미지, 건조함과 냉소로 가득한 문체로 특징 지워진다. 그 동안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채 일탈과 방황, 비정상적 상황에 처한 신세대 개인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들이 내뱉는 말과 몸짓 역시 어둡고 불온한 색깔을 입고서 파괴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그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하는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다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미지에 치중됐던 그녀의 오감이 이번에는 뚜렷하게 보이고 들리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삶의 실체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환상적 이미지가 강한 배수아식 소설에 길들여져 있던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당혹스러움마저 던져줄 수 있다.이번 장편소설은 존재의 어둠과 불안이 잠식하는데 불가피한 요소인 ‘빈곤’을 주제로 무려 17개의 길고 짧은 에피소드가 연작소설의 형태를 띠고 펼쳐진다. 자칫 사건 전개와 등장인물 관계에 이렇다할 연관성이 없이 독립되어 보이지만, 부암동 허름한 골목길의 스키야키 식당 주변에 모여 살고 있는 인물들이 “빈곤에 무참히 짓밟힌” 존재의 비루함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엔 유식한 밥버러지(마), 허울 좋은 지식인(백두연, 음명애, 우균, 김요환), 돈을 절대가치로 삼는 가엾은 영혼(돈경숙, 표현정), 의식 없이 매일매일을 소비하는 아이들(세원, 털 모델)이 있다. 입가로 진득하게 번지는 침, 죽은 새가 남기고 간 베란다의 곰팡내와 왠지 모를 인물들이 뿜어내는 불안하고 음산한 기운은 전형적인 배수아의 소설로 읽게 하지만, ‘빈곤에 대한 보고서’를 위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취재하는 성도의 입을 빌린 배수아의 목소리는 이전의 작품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작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친절하게 비치기까지 한다. 메마르고 탁한 그러나 세련된 그녀의 문체는 여전하지만, 인물의 외모와 성격을 낱낱이 묘사하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화로 집요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구성의 힘에서 조심스럽게 변형과 성숙의 맛을 익혀가는 노정에 선 작가의 모습을 읽게 한다.


어떤 시각으로 본다면 현재 빈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그것은 더 이상 보편적으로 중요한 화제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를 말한다면 좀 다르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거나 혹은 직접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서 빈곤을 읽었다. 가난을 겪은 사람이나 심지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 말고는 사람에게서 아무것도 읽은 것이 없다고 말할 수조차 있다. [……] 그러한 빈곤의 모습들은 이것을 쓰는 내내 나를 자극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터무니없는 욕심을 갖고 있기도 했는데, 빈곤과 마찬가지로 이 원고를 영원히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작가의 말」에서


제발 타인을 위해 살라는 둥, 사람의 목적을 자아 이외의 것에 돌려보라는 둥 하는 말은 하지 마라. 그런 설득력도 없고 상투적인 문장에는 아주 신물이 나니 말이야. 아마 나는 아주 타락하고 싶다거나 성적으로 천박해지고 싶다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받는 문란한 생활을 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는지도 몰라. [……] 그래, 나는 자유롭기를 원해. 나는 지적이지 않은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동시에 지적인 나 자신을 혐오해. 나는 거품이 많이 들어간 커피처럼 자극 없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아. - 본문 중에서


경제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이 빈곤이라고 한다면, 견해에 따라서 상당히 다르기는 하겠지만 내가 인터뷰했던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내 글은 빈곤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확대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내 빈곤은 너무 많은 얼굴과 가면을 쓰고 인터뷰어의 등 뒤에서 어깨 너머로 나를 보면서 미소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완성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지고 있다. 빈곤은 스스로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점점 빈곤 아닌 다른 것의 이름을 차용하거나 데카당한 가면을 쓰고 있기도 하면서 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가기가 힘에 부칠 정도였다. 나는 빈곤에 서서히 점령당하고 포로가 되어가는 자신을 느낀다. 결핍에서 유래된 온갖 부자연스러움이 이제는 친근하고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극단적이고 왜곡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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